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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조선일보 "탄소문화상" 관련 인터뷰 - "탄소는 나쁜 원소? 생명·문명 이룬 핵심"
2012.11.07 조회 수 : 20641

[언론사 기사 링크]
조선일보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06/2012110602970.html


['탄소문화상' 제정한 이덕환 대한화학회장]
DNA 원소중 대부분 탄소… 탄소로 이뤄진 작물·가축 기르면서 인류 문명 시작
"과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 심어주려 이 상 만들었죠"

"인류의 과학기술 문명은 근원적으로 탄소(炭素)를 기반으로 한 '탄소문명'입니다. 그럼에도 탄소를 기반으로 한 현대 과학이 그 성과와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화학회가 최근 신문에 낸 '탄소문화상' 제정 광고에 들어 있는 말이다. 탄소문화상은 화학을 포함한 현대 과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한 인문·사회·문화·예술·언론계 인사에 주는 상으로 이번에 처음 제정됐다.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쓰이는 말이 '저(低)탄소' '탈(脫)탄소'인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회원이 많은 과학 학술단체인 대한화학회는 왜 정반대의 얘기를 하는 것일까. 학회장인 이덕환(李悳煥·58) 서강대 교수는 "지구온난화를 부른 이산화탄소가 탄소 덩어리인 석유와 석탄의 무분별한 사용 때문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아예 탄소에서 벗어나자는 것은 인류 문명을 부정하고 발전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대한화학회장이 탄소 원자 60개가 축구공처럼 연결된 물질인 풀러렌의 모형을 들고 있다. 그는 “나노기술의 핵심 물질들도 모두 탄소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이 회장은 "생명의 시작에서 문명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탄소는 늘 핵심에 있었다"고 했다. 유전정보를 저장한 DNA에서 가장 많은 원소가 탄소이며, 인류 문명은 1만2000년 전 탄소로 이뤄진 작물과 가축을 기르면서 시작됐다. 미래 기술로 주목받는 나노기술도 탄소 원소들이 축구공 모양으로 연결된 '풀러렌'이나, 다발 모양의 '탄소나노튜브', 판 형태 '그래핀'이 핵심이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탄소를 기반으로 한 정유·화학산업은 2009년 국내 생산의 26%(293조원), 수출의 21%(963억달러)를 차지한 압도적인 1위 산업"이라며 "그런데도 탄소가 최근 악(惡)의 상징이 되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반과학 정서의 대표적 예가 교과서"라 했다. 초·중·고교 국어·사회 교과서에서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긍정적 표현은 찾아보기 어렵고, 자연 파괴와 산업화의 부작용이란 부정적 측면만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정책을 감시하는 국회의원들조차 과학기술자를 만나면 십중팔구 '과학기술에는 문외한입니다'라고 합니다. 초·중·고교에서 배운 것만 기억해도 될 텐데 과학기술은 알면 큰일 나는 겁니까."

이 회장은 "이웃 일본은 현대 과학의 역사가 100년이 넘어 인문학·사회과학과의 교류가 활발하다"며 "한국은 그런 융합이 없어 과학기술에 대한 공포나 반감, 오해가 늘어나도 해결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는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인문학·사회과학 같은 분야에서 과학기술을 올바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문화상이 그 시작이라는 것이다. 시상식은 '탄소문화상 제정기념 심포지엄'과 함께 오는 12월 17일 열릴 예정이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과학과 사회 소통 전문가다. 서강대 화학과 교수이자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 주임교수로, 그동안 국내 언론에 1500여편의 과학 칼럼을 썼다. 과학 교양서적도 24권을 집필 또는 번역했다. 과학기술 관련 문제가 발생할 때 기자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과학자이기도 하다.

"국민이 기술만능주의와 맹목적 과학기술 거부 사이에서 헤매면 사회는 계속 분열과 갈등이라는 비용을 치를 것입니다. 내년에는 화학회에 탄소문화원을 세워 강연 등을 통해 과학기술을 올바로 이해시키는 활동을 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과학기술을 민주화하자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