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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한영] 화평법, 알 권리와 경쟁력 조화를
2013.10.29 조회 수 : 5828

원문URL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627986&cp=nv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이 존재할까? 미국 화학초록서비스(CAS)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7000만개 이상의 화학물질이 알려져 있으며 매일 1만개 이상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등록되고 있다. 화학물질은 이를 떼어놓고는 인류의 삶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우리와 밀접하다.

인류에게 필수불가결한 화학물질은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거나 생명을 구하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될 때에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최악의 산업재해로 꼽히는 인도 보팔사고는 1984년 유니온카바이드의 현지 공장에서 아이소시안산 메틸이 다량 누출된 사건이다. 1만 명 정도의 주민이 2주내에 사망했고, 50만 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도 화학물질 관련사고가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지난해 구미에서 일어난 불산 유출사고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좋은 화학물질과 나쁜 화학물질이란 없다. 단지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을 뿐이다. 때문에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관리 방법을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진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화학물질 유해성을 확인하고 관리해 왔다. 2007년 유럽이 REACH(화학물질의 등록·평가·허가 및 제한에 관한 규정)를 시행하면서 기존에 유통되고 있는 물질로까지 규제대상이 확대됐다. 중국, 미국, 캐나다, 대만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거나 서두르고 있다. 미국 미시간 주의 LG화학은 최근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공장 가동을 6주간이나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화학물질 등록의무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EPA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을 보면 미국이 화학물질 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제정했다.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밝혀 해롭거나 위험한 물질의 사용을 줄이고 적정하게 관리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 산업계로서는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할 때 유해성 정보 확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반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화평법의 등록범위와 관련한 논란이 생기고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만을 강조하여 기업에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면 안 될 것이지만, 기준이 너무 유연하고, 불명확해서 실효성이 없다면 그것 또한 문제일 것이다. 국민의 안전도 고려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국가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슬기로운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을 위한 화학물질은 등록에서 제외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개발의 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하는 까닭이고, 이것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하위법령을 제정하면서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은 등록을 면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로텐버그 미 상원의원은 미국 유해화학물질관리법(TSCA)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미국 가정은 매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화학물질 정보 공개는 화학물질로 인한 화를 면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올바른 정보를 토대로 안전한 규칙이 마련돼야 한다. 앞으로 산업계와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각계의 의견들이 충분히 검토되어 합리적인 제도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대한화학회장 강한영 (충북대 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