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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기초과학 ‘수능 제외’ 안 된다
2019.12.23 조회 수 : 1549

참고 : http://m.munhwa.com/mnews/view.html?no=2018072501033711000001

 

핵심 기초과학 ‘수능 제외’ 안 된다

 

 

하현준 한국외국어대 교수·화학 기초과학학회협의체 회장

교육부는 최근 대입 제도 개편과 관련해 2022학년도 수능에서 어떤 과목을 시험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공론화위원회’에서 국민의 의견을 받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논의의 기초가 되는 2022학년도 수능 시행을 위한 교육부의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는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이른바 과학I, Ⅱ 선택 시험을 완전히 제외하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월 23일 의결한 ‘제4차 과학기술 기본계획’과는 완전히 상충되는 내용이다.
 

기본계획에는 2016년 기준 세계 36위에 그친 수학·과학 교육의 질적 수준을 2040년까지 15위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초·중·고교에서부터 과학 인재를 양성해야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수능에서 과학I, Ⅱ의 선택 시험을 제외하겠다니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수능에서 과학I, II의 선택을 없애고, 통합 과학을 필수로 한다는 발상은 시대 역행이다. 통합 과학은 지금까지 문·이과로 구분되는 시스템을 없애기 위해 전 학생이 과학적 소양을 습득하게 한 것이다. 기초과학은 교양과는 차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 교과인 과학I, II 과목을 수능에서 제외하고 교양 과목인 통합 과학으로 대체하는 것은 기초과학 수준을 낮추는 결과만 초래할 게 뻔하다.

우리는 지금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그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출 산업의 1, 2위를 차지하는 반도체, 전기·전자와 화학산업 등이 단단한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이 주춧돌은 그동안 학교 교육에서 유능한 이공계 인력을 꾸준히 양성해 왔고, 그들이 산업계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그런데 그 주춧돌이 되는 기초과학 인재의 양성을 학교 교육에서 포기하려는 수능 개편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혹시라도 과학I, II 과목을 수능에서 제외하려는 의도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이는 너무나 단순한 사고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쉬운 수능을 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수능이 쉬워진다고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능 개편의 방점이 쉬운 수능으로 모아져선 안 된다. 우리의 미래, 흔히 얘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야 할 미래 인력 양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쉬운 수능으로 바라보게 되면 과학 교과목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과학 과목은 본래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어려운 과학 과목을 충실히 이수해온 우리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오지 않았는가? 그만큼 과학은 국가 발전과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과목이다. 초·중·고교에서 물리학·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등의 기초과학을 탄탄하게 학습해 이공계열의 대학에서 심화한 학습과 연구, 융합적 사고를 습득하는 인재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큰 흐름을 따르기 위해 이웃 일본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은 중·고교 과학 시간뿐만 아니라, 대학에서의 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역행하는 선택을 한다면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고교 과정에서 부실한 기초과학의 교육은 결국 모든 자연계는 물론이며 공과계열 등 이공계 대학교육의 총체적인 부실화를 초래하며 부실한 대학교육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낙오자를 만들 공산이 크다.

만약 교육부가 수능 과목에서 기초과학을 제외함으로써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한다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과학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